
홍역이 완전히 사라진 병이라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두 달 사이 500명이 넘는 어린이가 홍역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50여 년 전 제가 직접 겪었던 그 아찔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합니다.
코로나보다 무섭다는 홍역의 전염력과 증상,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홍역 바이러스의 전염력을 수치로 보면 그 심각성이 실감 납니다. 역학에서 사용하는 기초감염재생산수(R0)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여기서 R0란 면역이 없는 집단에서 감염자 한 명이 평균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홍역의 R0는 12~18에 달합니다. 코로나19의 초기 변이가 2~3 수준이었고, 독감이 1~2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홍역이 얼마나 무서운 전파력을 가진 병인지 느껴지실 겁니다.
감염 경로는 호흡기 분비물과 비말, 에어로졸을 통해서입니다. 에어로졸이란 기침이나 말할 때 입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상태를 말합니다. 환자가 방을 떠난 뒤에도 한두 시간은 공간 안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잠복기는 8일에서 12일로, 증상도 없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부분입니다.
제가 홍역에 걸렸던 건 두 살 무렵이었습니다. 전남 월출산 아래 100여 명이 사는 산골 마을이었고, 병원은커녕 버스도 잘 안 다니던 곳이었습니다. 며칠간 고열에 시달리다 어느 날 그만 의식을 잃었다고 합니다. 숨도 안 쉬는 아이를 안고 부모님이 달려간 곳은 마을에서 유일한 의료인이었던 침술 할머니 댁이었습니다. 2시간 넘게 열대여섯 방의 침을 맞고 나서야 다시 숨을 쉬었다는 얘기를 어머니에게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홍역의 초기 증상만 보면 독감과 구분이 잘 안 됩니다. 기침, 콧물, 결막염이 먼저 나타나고, 그러다 볼 안쪽 점막에 코플릭 반점이 생깁니다. 코플릭 반점이란 홍역에서만 나타나는 흰색의 작은 반점으로, 이것이 확인되면 임상적으로 홍역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지만, 이후 머리에서 발 방향으로 좁쌀 같은 발진이 온몸으로 퍼져 내려가는 것이 홍역의 전형적인 경과입니다.
진단은 임상 증상과 노출 이력을 바탕으로 먼저 판단하고, 혈청 IgM 항체 검사나 PCR 검사로 확진합니다. 여기서 IgM 항체란 우리 몸이 새로운 감염에 처음 반응할 때 만들어내는 면역글로불린으로, 감염 초기에 혈액에서 검출됩니다. PCR 검사는 인두 도말 검체, 쉽게 말해 목구멍을 면봉으로 닦아낸 샘플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직접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까지 홍역을 직접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증요법, 즉 열이 나면 열을 내리고 탈수를 막는 방식으로 몸이 이겨내기를 기다립니다. 비타민 A 결핍이 확인된 영유아나 면역 저하자에게는 비타민 A 보충을 권고합니다. 반면 스테로이드 사용은 금기이며, 항생제는 폐렴 등 2차 세균 감염이 생겼을 때만 써야 한다고 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MMR 예방접종,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저희 아이들은 2000년대에 태어났습니다. 세 명 모두 산부인과에서 퇴원할 때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꽤 많은 예방접종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맞혀야 한다고 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따르게 됩니다. 그중에 MMR 백신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MMR 백신은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 세 가지를 한 번에 예방하는 혼합 백신입니다. 생후 12개월에 1차, 4~6세에 2차 접종이 국가 필수 예방접종 일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2회를 모두 접종했을 때 홍역 예방률은 97%에 달하며, 한 번 생긴 면역은 평생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과거 1회만 접종했던 세대, 또는 동남아시아나 유럽처럼 홍역 발생이 잦은 지역으로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추가 접종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홍역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13만 6,000명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접종률이 떨어진 여파라고 분석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홍역 예방을 위한 핵심 접종 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생후 12개월: MMR 1차 접종
- 만 4~6세: MMR 2차 접종 (초등학교 입학 전 반드시 확인)
- 성인 중 1회만 맞은 경우: 추가 접종 권고
- 해외여행 전: 홍역 유행 지역 방문 시 접종 이력 반드시 확인
백신만 믿으면 될까요, 위생관리는 어디까지 해야 하나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느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함께 느꼈습니다. 일반적으로 접종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평상시 위생 습관이 감염 예방의 실질적인 첫 번째 방어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힘든 건 아이들이 손을 씻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귀가하면 바로 손 씻기, 식사 전 손 씻기, 밖에서 물건 함부로 만지지 않기. 말로는 쉽지만, 아이들 손은 정말 못 하는 것이 없습니다. 눈, 코, 입을 쉴 새 없이 만지고, 친구와 물건을 공유하고, 손가락을 빠는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거기에 스마트폰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표면은 화장실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손에 쥐고 다니는 기기인 만큼, 정기적인 소독이 필요합니다.
모든 감염병은 사람의 부주의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50여 년 전 산골 마을에서 침 한 방에 간신히 살아남은 두 살짜리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운에 기댈 필요가 없습니다.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손을 자주 씻고, 여행 전에는 한 번 더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홍역으로부터 아이와 가족을 지킬 수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두 달 만에 500명 넘는 아이들이 홍역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이 병이 결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의 MMR 접종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오늘 한 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건강은 확인하는 사람만 지킬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접종 일정이나 증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