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통증을 안고 사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허리 디스크 환자는 연간 200만 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저도 2~3년째 허리 뻐근함을 달고 살고 있고, 아내는 2년 전에 결국 레이저 시술까지 받았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허리 디스크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디스크와 방사통의 시작
디스크는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끼어 있는 물렁뼈 구조물입니다. 외부는 섬유륜(Annulus Fibrosus)이라는 여러 겹의 단단한 껍질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 수핵(Nucleus Pulposus)이라는 젤리 형태의 수액이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섬유륜이란 충격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디스크의 외벽이고, 수핵은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을 쿠션처럼 흡수하는 내부 물질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물이 자세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거나 등받이 없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서 있을 때보다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50~80% 이상 높아집니다. 아내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허리 디스크가 터진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스크 손상이 생기는 경로는 대략 세 가지입니다.
- 한 번에 무거운 것을 들 때 디스크 내압이 급격히 올라가 터지는 경우
- 가벼운 동작이라도 수없이 반복되어 섬유륜이 서서히 찢기는 경우
- 잘못된 자세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수핵이 섬유륜을 조금씩 밀어내는 경우
제 경우는 세 번째에 가깝다고 봅니다.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웠을 때 뻐근함이 올라오는 패턴이 딱 이 경우와 맞아떨어집니다.
아내가 시술받기 며칠 전, 걸어가다 쉬고 또 걷다 쉬기를 반복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날 아침 전화를 받고 아내의 사무실로 달려갔을 때, 아내는 차에 타는 것조차 힘들어했습니다. 안전벨트를 맨 채로 이리저리 몸을 비틀면서 통증을 견디던 모습을 보며 솔직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처럼 허리에서 시작해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뻗치는 통증을 방사통(Radiculopathy)이라고 합니다. 방사통이란 척수나 신경 뿌리가 눌리거나 염증을 받아 해당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 전체에 통증이 퍼지는 현상입니다.
방사통의 핵심 원인은 배 측 신경절(Dorsal Root Ganglion, DRG)에 있습니다. 배 측 신경절이란 척수 신경 뿌리 뒤쪽에 자리한 감각 신경세포들의 집합체로, 온도·통증·압력 등 다양한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중계 역할을 합니다. 손상된 디스크에서 흘러나온 수핵의 염증 물질이 이 배 측 신경절을 자극하면, 허리에 국한되지 않고 다리 전체로 극심한 통증이 퍼져나가게 됩니다. 아내가 앉아 있지도 서 있지도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병원에서 MRI 촬영 결과 척추 4번과 5번이 손상된 것이 확인되었고, 당일 저녁 레이저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시술실에서 나온 아내의 표정은 들어갈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정말 놀라울 만큼 편안했고, 심지어 웃기까지 했으며, 혼자서 걸어 나와서 입원실까지 편안하게 걸어갔습니다. 디스크에 대한 지식이 없던 저로서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주사와 수술의 의미 - 일시적 통증 완화
아내는 레이저 시술 전에 두 차례 경막 외 스테로이드 주사(Epidural Steroid Injection)를 맞은 경험이 있습니다. 경막 외 스테로이드 주사란 척수를 감싸는 경막 바깥 공간에 스테로이드 약물을 직접 주입해 신경 주변의 염증을 억제하는 시술입니다. 주사를 맞으면 그때만큼은 확실히 편해집니다. 하지만 한두 달 지나면 어김없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사무실 환경에서 이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냥 주사 효과가 일시적인 것이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해한 것은, 주사가 염증을 줄여 통증을 잠재울 수는 있어도 찢어진 섬유륜 자체를 붙여주지는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이저 시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탈출된 수핵을 제거하는 것이지, 이미 손상된 디스크를 봉합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술 후에도 잘못된 자세가 계속되면 같은 자리에 다시 손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에 따르면,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술 자체보다 이후의 재활과 생활 습관 교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출처: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이 말이 저는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고, 시술을 받아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글들을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보면서 '본인의 노력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주사와 수술은 정말 일시적인 통증 완화책에 불과합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인 스스로가 치료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척추 위생은 자연 치유가 답이다
제가 여러 자료를 뒤지다 만난 개념이 바로 척추 위생(Spinal Hygiene)입니다. 척추 위생이란 구강 위생처럼 허리를 아프게 하는 나쁜 자세와 동작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걷어내고, 디스크가 스스로 아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습관 전체를 가리킵니다.
핵심은 요추 전만(Lumbar Lordosis)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요추 전만이란 허리뼈가 앞으로 볼록하게 휜 자연스러운 C자 곡선으로, 이 상태에서 디스크 내 압력이 가장 안정적으로 분산됩니다. 반대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는 섬유륜의 뒤쪽을 벌려 찢어진 틈이 더 벌어지게 만들고, 치유를 방해합니다.
제가 직접 실천해보니, 생각보다 요추 전만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의자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등이 굽고,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리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특히 소파에 기대거나 침대에 비스듬히 앉는 자세가 습관이 되어 있었다는 걸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허리에 해로운 운동도 의외로 많습니다. 윗몸일으키기,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 앉아서 허리를 숙이는 동작 등은 오히려 찢어진 섬유륜을 더 벌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변비 환자의 경우, 변기에 앉아서 허리를 구부리고 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세는 허리디스크에 더욱 안 좋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만성 허리 통증 관리 지침에서 무리한 굴곡 동작보다 안정화 운동과 자세 교정을 우선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신전(Extension) 동작, 즉 허리를 뒤로 젖혀 요추 전만 곡선을 만드는 동작을 하루에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이 현재 제가 가장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30분에 한 번씩 5초 정도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5회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디스크가 받는 부하를 주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통증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 습관을 들이기 전보다 확실히 뻐근함이 줄었다는 것은 제가 직접 느끼고 있는 사실입니다.
허리 디스크는 결국 치료의 주도권이 본인에게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사나 시술은 급한 불을 꺼주는 응급처치에 가깝고, 찢어진 섬유륜이 아무는 과정은 오롯이 본인의 자세와 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당장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허리를 구부리는 습관을 하나씩 고쳐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오늘 앉는 자세 하나, 잠자리에 드는 자세 하나가 쌓여서 몇 달 후의 디스크 상태를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통증이 심하거나 신경학적 증상(근력 저하, 배뇨 이상 등)이 있을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