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술에는 피지선이 없습니다. 얼굴 피부는 피지를 스스로 분비해 어느 정도 수분을 붙잡아두지만, 입술은 그 기능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방치해도 금방 트고 갈라지는 게 당연한 구조입니다. 저도 겨울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결국 제 나름의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니, 바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따로 있었습니다.
바셀린 바르기
저는 겨울만 되면 자기 전에 바셀린을 입술에 바르고 잠드는 게 루틴입니다. 솔직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집에 있으니까, 다른 립밤 사러 나가기 귀찮으니까, 그냥 씁니다. 발라놓으면 윤기도 흐르고, 아침에 휴지로 살짝 닦으면 그만이라 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셀린의 주성분인 페트롤라툼(petrolatum)이 입술에 바르는 용도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페트롤라툼이란 석유에서 추출한 반고체 물질로, 밀폐막을 형성해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피부에 바를 때는 분자량이 커서 흡수되지 않으니 문제가 없지만, 입술은 다릅니다. 무의식 중에 핥거나 먹게 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소량씩 체내에 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립밤 성분, 뭘 바르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미네랄 오일(mineral oil)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네랄 오일이란 페트롤라툼과 마찬가지로 광물성 원료에서 얻는 성분으로, 립 제품에 보습 목적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립스틱을 포함한 입술용 화장품의 성분 안전성 기준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데, 입술 제품은 다른 화장품과 달리 경구 노출(입으로 들어가는 경로)을 고려한 심사가 이루어집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매일 조금씩, 오랜 기간 쌓이는 문제이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색이나 향이 진한 립 제품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색소나 향료 성분이 자극이 되어 릴 흑피증(leukoderma)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릴 흑피증이란 입술 주변 피부에 색소가 침착되어 거무스름하게 변하는 피부 트러블의 일종입니다. 제가 직접 겪은 건 아닌데, 주변에서 입술 라인이 거무스름해졌다고 고민하는 경우를 몇 번 봤습니다. 강한 발색 립스틱을 오래 쓴 경우가 많았습니다.
립밤을 고를 때 확인하면 좋은 성분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페트롤라툼, 미네랄 오일 함량이 높은 제품은 장기 사용 시 주의
- 향료나 색소가 과도하게 들어간 제품은 색소 침착 유발 가능성 있음
- 한 번 녹았다 굳은 립밤은 세균 번식이나 성분 변질 우려가 있으므로 교체 권장
- 각질이 올라와 있다면 립밤 전에 가볍게 각질 제거 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
바셀린보다 먼저 고쳐야 할 것, 입술 뜯기 습관
솔직히 말하면, 저도 입술 뜯는 습관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특히 심해집니다. 일이 몰리거나, 뭔가 긴장된 순간이 오면 나도 모르게 혀로 입술에 침을 바르거나 아랫입술을 이빨로 깨뭅니다. 그러다 뭔가 오돌토돌한 게 느껴지면 손가락으로 뜯어내게 되고, 그러다 피가 나기도 합니다. 각질이 완전히 떨어질 준비가 되지 않은 부분을 억지로 잡아떼어냈기 때문입니다.
침을 바르는 행위가 왜 나쁜지, 저는 이걸 알고서도 멈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타액(saliva)에는 아밀라아제를 포함한 소화 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아밀라아제란 입 안에서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로, 음식을 소화하는 데는 필요하지만 입술처럼 민감한 피부에 반복적으로 닿으면 오히려 자극과 건조함을 악화시킵니다. 침이 증발하면서 수분을 같이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알면서도 반복하게 되는 게 습관이라는 것의 무서움입니다.
더 걱정되는 건 우리 집 큰애입니다. 저처럼 스트레스받을 때만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멍하니 있을 때도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입술로 갑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무의식입니다. 수시로 립밤을 발라줘도, 입술이 깔끔할 날이 없습니다. 피부장벽(skin barrier)이 계속 손상되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피부장벽이란 외부 자극과 수분 손실을 막아주는 피부의 가장 바깥층을 말하는데, 이 장벽이 반복적으로 훼손되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발라도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피부과학회(AAD)에 따르면, 입술을 반복적으로 핥거나 물어뜯는 행동은 구순염(cheilitis)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구순염이란 입술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로, 단순 건조를 넘어 갈라짐, 출혈,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몇 번을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 게 당연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무의식 수준으로 굳어버린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립밤 성분을 따지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체질에 맞는 걸 골라서 꾸준히 바르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입술을 계속 뜯고 침을 바르는 습관이 남아있다면, 어떤 제품을 써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제가 직접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결국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건 루틴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의식하고 조금씩 줄여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입술 관리는 바르는 것이 반이고, 안 뜯는 것이 나머지 반입니다. 이미 건조해진 입술에 좋은 립밤을 챙기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입술 습관을 한 번쯤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아직 완벽하게 고치지 못했지만, 의식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입술 트러블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길 권장합니다.